공간에 대한 사유

사람이 공간을 기억할 때 시각적인 이미지로 기억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공간이 가지고 있는 후각적 자극으로도 기억한다. 빛이 시간에 따라 다른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냄새도 계절, 날씨, 장소의 특성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변화를 이끈다. 눈으로 밖을 보지 않더라도 봄, 가을, 여름, 겨울의 냄새가 다르며, 비가 오는 날의 축축한 느낌, 지하실의 냄새 등 사람이 공간을 기억하고 사유하는 데에 있어 후각적 요소도 매우 큰 영향을 준다.

바람이 창을 타고 들어와 여러 구조물을 거치며 냄새를 담게 되는 과정을 모형으로 제작한다. 바람이 면으로 둘러쌓인 직육면체 형태의 창을 통해 면과 기둥으로 이루어진 부재들을 부딪히며 냄새를 만들어 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 속에서 사람은 ‘맡다’라는 행위를 통해 공간을 인식하고 사유한다. 벽은 빛을 차단함으로써 사적인 공간을 형성하고, 시각을 버리고 후각에만 의존하도록 제한한다.

가정, 사람 등 개인적인 기억과 날씨, 계절 등 모두가 느끼는 기억은 사유와 공유로 구분할 수 있다. 공유는 사유보다 상대적으로 거대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모형에서 이러한 공간의 크기 차이를 모형의 밀도에 반영하여 상대적으로 넓고 열린 공간을 공적인 공간, 좁고 닫힌 공간을 사적인 공간으로 구축하여 “맡는다.“라는 행위를 통해 공간에 대해 사유하도록 한다. 

2022

1학년 2학기 공간에 대한 사유

송성범